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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59회 작성일 2003-02-05 00:00
팬티만 걸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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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티만 걸치고 사는 한이 있더라도 핵폭탄은 반드시 갖겠다”고 말한 것은 마오쩌둥이다. 후루시초프의 등장으로, 치열한 냉전 막간에 돌연한 평화체제가 구축됐을 때 소련의 배신에 대한 응답으로 준비된 것이 바로 중국의 ‘핵무장’이었다. 마오쩌둥은 “팬티만 걸치고 살더라도…”라고 말했지만 실은 핵이야말로 팬티만 걸친 경제수준, 다시 말해 가장 싼값으로 확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군사력이라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미ㆍ소의 평화공존체제가 중국의 군사강국론을 부추긴 것은 역사의 모순이다. 온정주의적인 대처, 불확실한 화해가 북한 핵위기를 초래했다고 말하는 것은 분명 공정하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함수관계가 전혀 없다고도 말할 수 없다. 북한이 나진 선봉에서 실패하고, 신의주에서는 믿었던 중국에마저 배신당하고, 이제 남조선 자본가들에게 개성까지 열어젖히는 마당에 굳이 ‘핵 도박’을 감행하는 이유는 누가 뭐라고 해도 개방을 앞두고 체제에 대한 보장, 즉 여하한 일이 있어도 국체는 보존하겠다는 절박감의 표현일 것이다. “우리를 인정하라”는 것이 외로운 도박으로 나타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면 다급한 것은 오히려 북한일지도 모르겠다. “혹시 아무도 핵 공갈에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마저 갖고 있을 테고…. 그러나 상황이 단순하다고 해서 해법이 간단한 것은 아니다. 북한 핵을 기화로 일본이 ‘GDP의 1%’로 묶여 있는 방위비 한도를 걷어내고 중국이 군비증강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된다면 한반도는 말 그대로 중ㆍ일이 첨예하게 경쟁하는 매우 곤란한, 그리고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지정학적 구도로 돌아가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동북아경제’는 과연 어떻게 돌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 물론 우리의 관심사다. 아마도 재정적자 문제만 논외로 한다면 일본은 오히려 행복한 입장이 될 것이다. 지금도 매년 500억달러 가량을 국방에 투자하고 있지만 이미 경기부양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포화상태인 만큼 군비분야는 가뭄 끝에 단비 같은 경기의 활로가 될 것이다. 지난 1976년부터 ‘GDP의 1%’라는 방위비 상한에 묶여 있는 일본이 3%까지 군비를 늘린다면 냉전체제 이후 10년간의 불황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고이즈미가 재빠르게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지난 2001년 공식적으로 170억달러를 (비공식 집계는 500억달러에 육박한다는 주장도 있다) 방위비로 지출한 중국 역시 일본을 의식해 방위비 투자를 크게 늘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일본과는 달리 아직은 개발과정에 있는 중국 경제여건상 국방비는 다른 투자재원을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일 뿐이다. 중국이 지난 10년간 냉전구조 해체로 엄청난 이득을 보고 있음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 없다. 그런데 GDP의 약 2.6%(일본의 약 4분의 1)를 방위비로 지출하고 있는 한국은 어떻게 되나. 일본과 중국이 무장을 강화하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테고….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한다. 만에 하나 반미정서가 주한미군 철수로까지 구체화된다면 한국 경제는 정말 고달파질 게 뻔하다. 일본이 3%, 다시 말해 1,500억달러까지 군사비를 늘리고 한국이 2.7%, 즉 잘해야 200억달러를 투자한다면 이건 처음부터 게임이 안되는 불균형이다. 그러니 그런 일이 생겨서는 안되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북한의 ‘핵 도박’을 조기에 수습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다. 북한의 벼랑 끝 절규를 외면할 수 없다면 좋은 말로 평화체제, 다시 말해 한반도의 ‘영구분단구조’를 공식화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감성적인 북한 껴안기가 오히려 분단구조의 고착화를 지원하는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다.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논설위원의 '경제 뒤집어 읽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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