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달중(55회·서울대 교수) 교우, 중앙일보 2003.1.22.(수)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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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88회 작성일 2003-01-22 00:00
장달중(55회·서울대 교수) 교우, 중앙일보 2003.1.22.(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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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평] 분권형 대통령 성공하려면 역대 대선 중 이번 대선보다 대결구도의 후유증이 심한 적은 없었다고들 말한다. 말할 필요도 없이 지금까지의 지역 대결구도에 세대간의 문화적 대결구도가 겹쳤기 때문일 것이다. . 이러한 대결구도를 해결하기 위해 노무현 당선자는 지난 주말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를 모델로 한 분권형 대통령제를 정치권과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나왔다. 의미있는 정치실험으로 보이지만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 프랑스에서는 두 사람이 모이면 정당이 탄생하고, 세 사람이 모이면 헌정위기가 발생한다는 유행어가 있을 정도로 정치가 분열과 대립으로 점철돼 왔다. . 이와 같은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프랑스는 서구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정치적 아이디어를 실험해 왔다. 드골 대통령이 만들어 낸 이원집정부제도 이러한 정치적 실험의 제도적 결과에 다름아니다. . *** 프랑스 동거정부의 사례 . 盧당선자가 말하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이 외교.국방 등 외치를 담당하고, 내정은 의회에서 다수당으로 구성되는 내각의 총리가 관장케 하는 제도다. . 분권형 대통령제는 제왕적 통치에 시달리고 대결적 정치구도에 갇혀 있는 우리 정치에 일단 숨통을 열어 놓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 집권 초기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협조를 얻어낼 수 있는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 하지만 이러한 정치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분권형 대통령제는 '무책임의 제도화'를 해결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 무책임의 제도화는 피하기 힘든 이 제도의 아킬레스 건(腱)이다. 프랑스 동거 정부의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정부를 대표한다며 서방선진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행위는 애교쯤으로 받아 넘길 수 있다. . 하지만 국기 문란이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지워야 할지가 불분명해지는 문제는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전전(戰前) 일본의 천황과 내각 간의 이원집정부제는 누구에게도 전쟁의 책임을 물을 수 없었던 '무책임 체제'의 전형적인 예다. . 물론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하고 국회의원 임기를 3년으로 해 선거를 동시에 함으로써 어느 정도 혼란을 줄일 수는 있을 것이다. . 다른 하나는 과연 분권형 대통령제로 노무현 정권의 국정이념을 정책화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현실적 문제다. 개혁의 추진을 위해서는 통치동맹이 필요하다. . 그래서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레닌은 "볼셰비키의 승리를 위한 것이라면, 악마는 물론 그의 할머니와도 동맹을 맺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 정부는 개혁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오월동주(吳越同舟) 같은 DJP동맹을 결성해 국정에 임했다. . 하지만 노무현 정권은 현재 통치동맹을 맺을 적조차 없는 실정이다. 내년 총선에서 이러한 상황이 바뀌리라는 보장도 없다. 만일 동거정부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盧정권의'개혁과 변화'는 물건너 갈지도 모른다. . 여기서 다수 지배(majority rule)와 직접민주주의(direct democracy)통치에 대한 유혹이 발생한다. 벌써부터 당선자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민과 함께 하는 정계개편'의 움직임이나, 살생부의 살포나 노사모와의 '공범'관계 설정을 통한 탈 정당적 움직임들은 이러한 유혹의 잠재적 증거들이다. . *** 다수의 지배 유혹 버리길 . 그러나 여기서 盧당선자가 명심해야 할 것은 역사의 교훈이다. 주지하다시피 YS와 DJ는 다같이 이러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둘 다 힘에 의한 인위적인 정계개편을 통해 다수 지배체제를 구축하려다 정국의 대립과 혼란만 불러왔다. . 또 둘 다 포퓰리즘적 여론몰이를 통해 직접민주주의의 통치를 시도하다 국민 모두를 패배자로 만드는 사회갈등을 증폭시켰다. . 盧당선자는 우리의 '정치 수준'이 이 실험의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정치가의 몫이다. . 전임 대통령들의 전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전략과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 盧당선자가 이러한 전략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할 때 아무리 변화를 원해도 우리 정치의 대결구도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張達重(서울대 교수·정치학) . 2003.01.21 18:44 입력 / 2003.01.22 06:49 수정 -------------------------------------------------------------------------------- 2003 Joins.com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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