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61회) 교우.... 중앙일보 2002.12.2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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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노무현 당선에 충격
통합21 집단탈당 해체위기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대표는 19일 투표를 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서울 평창동 자택에 칩거했다. 집안엔 수행비서 한명만 있었고, 직계 참모들을 통해 들어오는 방송사 출구 여론조사의 중간보고를 받았다.
盧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鄭대표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고 한다. 하루 전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를 전격 선언할 때만 해도 자신의 결정으로 박빙의 판세가 이회창(李會昌)후보 쪽으로 쏠릴 것으로 확신했던 그다. 그런 鄭대표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 것인지에 대해선 鄭대표 본인도 모를 것이라고 한 측근은 그의 혼란스러운 심경을 전했다.
이 측근은 "盧당선자가 당선소감에서 李후보와 민주당의 '비노(非盧.비 노무현)''반노(反盧)'의원들에게도 일일이 감사하다는 언급을 했으나, 鄭대표에 대해서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점에 신경이 쓰였다"고 토로했다.
뿔뿔이 흩어진 대부분의 당직자는 鄭대표의 전날 결정을 성급했다고 비난하거나 아쉬워했다. 이철(李哲) 전 의원을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 60여명은 아예 탈당을 선언했다. 여의도 당사 9층은 텅 비어 있었다. 통합21의 공중분해는 시간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한 관계자는 "鄭대표의 최대 결점은 사소한 결정은 신중히 하고, 큰 결정은 후다닥 해치운다는 것이다. 특히 자존심이 상하면 누구 말도 듣지 않는다. 그에겐 대선보다 자존심이 중요하다"고 했다.
18일 밤 지지 철회 선언 때까지 鄭대표에겐 한나라당과 재계.현대 일가로부터 '공조포기'압박이 있었다는 얘기가 민주당 측에서 나왔다. 盧당선자가 지난 17일 인터넷 신문인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鄭대표와는 구속받을만한 약속을 한 적이 없다. 그럴 경우 정권에 재앙이 온다"고 한 것도 鄭대표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명동.종로에서 '인간적 수모''변절과 배반감'을 느끼게 되자 鄭대표는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공조 파기를 결심했다는 것이다.
鄭대표는 지난달 25일 단일후보로 노무현 당선자가 결정되자 흔쾌히 승복했으나 곧바로 후회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13일 극적으로 선거공조를 盧당선자와 합의했으나 그로부터 문서를 통한 약속을 받지 못한 데 대한 후회가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가 선거운동 마감 1시간30분을 남겨놓고 내린 지지 철회 결정은 결국 최악의 선택이 됐다.
선거공조 합의가 盧.鄭간 개인의 약속일 뿐 아니라 국민 앞에 언론을 통해 발표한 공적.정치적 행위였다는 점을 중시하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김성탁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chang@joongang.co.kr>
기사 입력시간 : 2002.12.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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