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만순(66회) 교우, 조선일보 2002.12.14.(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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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정치)
[차기대통령 아젠다] 부패 몰아내려면 (2002.12.13)
부패 척결은 선진국 진입을 위한 첫 번째 관문이다. 정부는 기업이 뇌물에 신경쓰지 않고 오직 실력을 기반으로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런 환경은 한마디로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시장이다.
이를 위해선 부패로 얻는 이익을 적게 하고 위험을 크게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대중이 부패로 얻는 이익이 위험보다 크다고 판단할 경우, 어떤 제도를 동원해도 부패를 없앨 수 없다.
◆ 공무원 관리를 강화
공무원들의 뇌물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싱가포르 공무원들은 청렴결백으로 유명하다. 우리 공무원들에게 그런 수준의 투명성을 요구하기 앞서 그만한 대접을 해주고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처우개선은 부패 방지의 예방시스템이다. 처우개선에 필요한 재정문제는 정부조직 축소와 인력감축을 통해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
공무원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는 동시에 뇌물수수에 대한 징계수준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고액 뇌물수수 사건의 경우, 뇌물 액수만큼의 벌금형과 징역형을 동시에 내리는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정치인이 뇌물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아예 공민권(公民權)을 박탈해 정계에서 퇴출시키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할 것을 제안한다.
◆ 부패방지위원회 권한 강화
2001년 7월 부패방지법에 따라 발족한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를 실효성있는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부방위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아젠다 팀은 우선 부방위에 피신고자에 대한 조사권을 부여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피신고자의 의혹이 확실할 때는 자산을 동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하며, 공익을 위한 내부고발자에 대한 법적 신분보장제도를 강화시켜야 한다.
현재 부패방지법은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전담 특별검사제와 공익제보자에 대한 보복행위 형사처벌 등과 관련한 규정이 충분치 않아 실효성에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와 함께 부방위의 역할을 부패방지 교육과 예방활동으로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홍콩의 부패방지기구인 ICAC는 반부패 교육을 통해 국가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수행했다.
◆ 미국의 FSGO지침을 채용하라
미국의 ‘연방조직범죄 판결지침’(FSGO)은 연방판사가 조직의 범죄행위에 대해 판결할 때 사용하는 지침이다. FSGO는 연방법에 저촉되는 범죄를 저지른 직원이 속한 조직에 가중처벌을 하도록 한다. 즉 조직이 범죄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충실히 했는지를 가려 벌칙을 가중하거나 완화한다.
예를 들어 경영진 개입 여부, 전과 유무, 사법 방해를 한 경우가 가중요인에 해당되고, 위법 방지를 위한 효율적 프로그램 유무, 위법행위의 자발적 보고, 조사에 대한 협조, 위법행위의 분명한 시인 등은 완화요인이 된다. 이 지침은 기업의 성격과 규모를 막론하고 모든 조직에 적용되고 있다.
가중처벌될 경우, 기본 벌금의 4배(최대 2억7000만달러)까지 벌금을 물 수 있기 때문에 한 차례의 부패사건이 기업 전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물론 위법 방지장치를 충실히 했을 경우엔 반대로 벌칙이 가벼워진다. 이런 벌칙 시스템은 미국 기업이 위법 방지프로그램을 채용함으로써 위법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도 단순히 조직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말고 미국의 FSGO 형태의 인센티브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또 기업에는 윤리 준수 프로그램의 기준을 제시해 기업이 효율적인 준법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 대표집필=申哲昊 성신여대 교수)
◇공공개혁팀 조동성(53) 서울대 경영대학장 신철호(39) 성신여대교수 <b>곽만순(46) 가톨릭대교수</b> 김재은(27) 산업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