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72회) 교우, 조선일보 200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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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대통령 아젠다] 교육개혁/“사립고는 평준화 폐지” (2002.11.24)
‘내셔널 아젠다(국가 과제) 프로젝트팀’은 차기 대통령이 시급히 단행해야 할 개혁과제로 재정 및 정부조직 개혁에 이어 ‘교육개혁’을 제시했다.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박세일(朴世逸) 기획위원(서울대 교수)·박정수(朴釘洙) 팀장(서울시립대 교수) 등 전문가 6명은 우선 사립고등학교부터 평준화를 전면 폐지, 국내 교육의 질적 향상과 다양성을 확보함으로써 사교육비와 유학비를 국내의 제도권 교육 내부로 흡수하는 정책 방안을 제안했다.
아젠다 팀이 사립고 평준화 폐지를 교육개혁의 첫 과제로 제시한 것은 정부가 주도하는 획일적 평준화 교육정책의 부작용이 이미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획일적 교육정책으로 공(公)교육의 질이 바닥까지 떨어진 결과 사(私)교육비 부담이 가정경제를 위협할 수준까지 올라갔다. 우수한 교육환경을 찾아 떠나는 ‘교육 이민자’들이 폭증하면서 가족이 흩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의 12%를 유학비용으로 까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서울 일대 부동산가격의 폭등이 입시학원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은 교육문제가 이미 나라 전체를 뒤흔들 총체적 위협 요인으로 자리잡았음을 증명한다.
그럼에도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껍데기만 남은 획일적 평등주의에 얽매여 교육개혁에 손도 대지 못했다. 특히 교원 정년 단축 등 정권 초반 ‘관제(官制) 개혁’의 대실패로 공교육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프로젝트팀은 “사립학교에 학생 선발, 교육 과정, 학교 운영은 물론 등록금 책정까지 스스로 결정하는 폭 넓은 자율권을 부여해야 한다”며 “국가 재정은 공립학교의 질을 높이는 데 집중 투자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립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검증할 수 있도록 상장기업 방식의 정보 공개와 외부감사제도, 이사회 확대 개편 등의 제도를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또 학교의 자율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학교장 책임경영제를 실시하고 학교 단위 자율 예산회계제도를 확대하며 교과 프로그램을 학교별로 다양화하고 국립대학을 특수법인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또 ‘관치 교육을 주도하는 행정조직부터 없애야 한다’는 인식 아래 중앙정부 권한을 지방정부로 대거 이양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교육 자치(自治)’를 실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행정 기능을 지방자치단체와 기초 교육청으로 대거 이양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鮮于鉦기자 jsunwoo@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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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대통령 아젠다] 英美圈 국가의 공립학교 혁명 (2002.11.24)
사립학교는 민간자본(民資)에 맡기는 대신 공립학교는 재정이 책임져 교육 과정을 개혁해야 한다.
「내셔널 아젠다 프로젝트」팀은 이를 위한 첫 과제로 역시 「자율성의 확대」를 제안한다. 차기 정부는 우선 평준화 실시 지역의 공립고교를 특수목적고나 미국의 협약학교 같은 자율학교로 전환하는 일에 착수해야 한다.
학교 스스로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한 뒤 학생들의 선(先)지원, 후(後)추첨제를 확대 실시함으로써 학교의 변혁을 유도할 것을 제안한다. 정부는 이를 위한 적절한 투자만 하면 된다.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등 영미권 국가들은 1980년대부터 공교육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립학교 혁명」을 시도했다.
공립학교 변신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미국의 마그넷(magnet) 학교」는 성별·인종·관심 분야·적성·진로 등 이질적인 학생들로 학급을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학생을 뽑을 때 문화적 다양성, 성비(性比), 소득 수준별 배분에 있어 전체 지역 사회의 인구 구성에 기반해 설정된 할당 기준을 만족시켜야만 한다.
공립학교의 또 다른 변신인 「협약학교(charter school)」도 참고할 만하다. 학교 공동체와 교육행정 당국 사이에 체결한 법적 합의 문서인 협약을 통해 학교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학교는 학생들에 대해 일정 수준의 학업 성취를 책임지고 약속하는 대신 교육과정·재정·인사 등 학교 운영 전반에 관해 자율성을 인정받는다.
「대안학교(alternative school)」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학교이다. 영미권의 몬테소리학교, 열린학교, 무학년제 학교 등은 학교 자체보다는 교수와 학습방법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와 같은 공립학교들은 사립학교와는 달리 사회경제적 배경과 문화적 배경에 있어 다양한 학생들을 끌어안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립학교는 사립학교와 경쟁하기보다는 「다양한 참교육 기회의 장」을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개혁이 단행돼야 한다.
<교육개편팀> ▲박세일(54) 서울대교수 ▲박정수(40) 서울시립대 교수 ▲서정화(50) 홍익대 교수 ▲백순근(41) 서울대 교수 ▲김영화(45) 홍익대 교수 ▲백성준(42) 직능개발원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