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공자금논쟁에중앙교우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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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12.24<2001 한국경제 결산>(3)뜨거운 공자금 논쟁
조해동 기자/haedong@munhwa.co.kr
‘꽃밭론’에서 ‘메주와 살충제’까지.
2001년 경제를 회상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공적자금 공방이다. 특히 감사원의 특별감사결과 부실 기업주 및 부실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7조원의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밝혀지자 공적자금이 핫이슈로 부각됐다.
야당은 공적자금의 관리책임을 물어 정부를 몰아세웠고, 정부측은 곤혹스러워하면서도 나름대로 방어논리로 대응했다.
이종구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은 감사원의 발표직후 ‘꽃밭론’을 들고나와 눈길을 끌었다.
“98년 공적자금을 조성할 당시의 상황은 꽃밭에 불이 난 상황이었다. 급하게 물을 뿌려 일단 불을 잡았으나 그 과정에서 꽃밭도 망가지고 창문도 깨졌다. 또 급하게 물을 뿌리다보니 필요 이상으로 물을 많이 쏟아부은 점도 있다. 꽃밭이 엉망이 된 것은 잘못된 일이지만 당시 꽃밭에 불이 난 위급한 상황이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부실 기업주들이 자신들의 재산을 은닉해 결과적으로 공적자금 소요를 증가시켰다는 사실을 안 국민의 분노는 폭발적이었다. 그중 가장 극단적인 경우가 시민단체인 ‘활빈단’의 홍정식 단장이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에게 메주와 살충제를 보낸 것이다.
홍 단장은 감사원 특감발표 이후 “정부의 말은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믿겠다. 국민의 혈세를 빼먹는 경제 바퀴벌레들을 더 이상 용서할 수 없다”며 진 부총리에게 메주와 살충제를 보냈다.
공적자금의 부실관리에 대한 책임론 제기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민주당은 고위 당직자회의를 통해 “공적자금 부실책임자에 대해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따라 문책하고 관계공무원도 잘못이 있다면 응분의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장광근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공적자금이 네 돈이냐, 내 돈이냐는 식으로 막 퍼주고 막 먹는 공짜자금이 돼서는 안된다”며 “민주당이 국민혈세 도둑질을 방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공적자금 국정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정치공세를 폈다.
급기야 김대중 대통령도 “관리를 잘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적자금을 둘러싼 논쟁은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이 공적자금투입 손실에 따른 국민부담액이 139조원에 달한다는 보고서를 내자 진 부총리가 발끈 하면서 정부·연구소간의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진 부총리는 한경연의 보고서에 대해 “한경연이 전경련 회원사 때문에 공적자금이 투입돼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것에 대해 먼저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과 좌승희 한경연 원장에게 전화해 공적자금이 누구 때문에 들어갔는지, 만일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았으면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됐는지 연구해볼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경연은 재경부에 보낸 해명자료에서 “분식회계 등으로 불법을 저지른 기업과 기업주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살아남은 건실한 기업에조차 공적자금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박했다.감사원 특감 이후 이상용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진 부총리에게 공적자금의 특감과 관련,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공적자금을 둘러싼 논쟁은 이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년 지방자치단체장과 대통령 선거에서도 여야간의 치열한 쟁점이 될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조해동기자 haedong@munhw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