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이자 73회 - 동창이란 역시 그리움의 동의어
본문
*** 이야기 하나 ***
아이러브스쿨을 통해 20년만에 친구와 전화 통활 했습니다.
녀석(장 순재)은 울산에 살고 있다는데, 옛날처럼 여전히 유쾌
하고 우렁찬 목소리더군요. 2학년때(9반-손영섭 선생님반) 아
님 1학년때(남상설 선생님반?) 같은 반으로 기억되는데, 내가
광장동 집에 한 번 놀러간 기억이 있고, 면목동 우리집에도 들
렀었던가 아무튼 가물가물 --- .
얼른 만나서 소주라도 한 잔 하고 싶군요. 사실은 내 술 실
력이 별무신통인진라 대신에 실컷 사면 되지 않겠습니까, 너
무 반갑게 전화를 받았는지 마눌님이 조금 샘이 나는 모양입니
다.
그리고 순재의 다른 친구 은준이 얘길 했는데,
*** 이야기 둘 ***
작년에 융자받을 일이 있어 외국계 은행을 방문했었습니다.
여러가지로 무척 힘들 때였는데 대출상담자(부장님이던가 ?)
가 은준이었거든요. 그래 명함 하나 받아두었었는데, 어딘가
많이 본 듯해서 아이러브스쿨 명단에서 보고 안그래도 확인
전화 한번 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순재가 가깝게 지내며 자주 만나는 동창이라는
군요. 참 세상은 넓고도 좁은가 봅니다.
*** 이야기 셋 ***
어제 (손)지홍이네 망우동 집으로 전화했더니 아버님께서 받
으셨습니다. 놈은 벌써 다녀 갔다더군요. 한 번 찾아뵙지도 못
하고 죄송합니다 말씀드렸더니 "한 번 오라 이놈아" 하시더군
요, 사회 생활 하다보면 정말 혼날 일도 없는 것이 우리네 일
상인데, 오랜만에 들어보는 꾸중이었습니다.(고 3 시험끝나고
거의 지홍이네 집에서 살았지요.) 제 구실을 못해 송구하면서
도 마음은 더없이 푸근했습니다.
참, 지홍이는 SK건설에 재직중이고 몇년간 해외 근무하다 3
월에 본사로 돌아왔습니다. 나도 아직 아들 얼굴을 못봤어요.
*** 이야기 넷 ***
73회 우리도 모입시다. 재작년엔가는 동문회비 낸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더군요.(동문회보에서 착오?)
나는 중앙학교를 종교처럼 생각하는 열혈인은 못되지만, (중
앙 홈페이지를 보면 가히 신앙이랄만큼 아끼고 사랑하는 분들
많이 계시고, 또 그런 분들 덕에 중앙공동체가 부족한 가운데
서도 조금씩 나아가지 않나 생각됩니다) 그래도 중앙에 대한
애착만큼은 아직도 진한가 봅니다.
동기들중 이 글을 보신 분은 저한테 e-mail을 보내주거나,
혹은 연락되는 친구끼리 자주 만나서 해 넘기기 전에 한 번 같
이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전에 모시던 소장님이 <연줄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
자셨는데, 실제로는 그분도 늘 동문록(대전고) 끼고 계신 분이
셨지요. 이 글을 올리는 나 (전의진)은 건축과 졸업하고 여섯
번째 직장(조그만 건축사무실 자영)에 재직중입니다.(미국인
은 일생에 평균 여덟군데 직장을 옮긴다는데, 서른아홉에 벌
써 여섯번째라니, IMF 귀신한테 제대로 한방 맞은 거지요.)
대기업의 감독님일 때에는 미처 몰랐지만, 작은 회사를 다니
며 부대끼다 보니 역시 친정집이 그리워 지더라구요. 그렇지
만 정말 힘들땐 동창에게도 연락하지 않았습니다.(못했다는게
정확하겠지요.) 열세번인가 이력서를 쓰고서야 (2년전) 겨우
다시 자릴 잡으면서 많이 뒤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아, 세상
이 이런 거구나!
동창, 동문의 모임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만의 자리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씩 양보하고, 어려운 친
구도 조용히 이끌어줄 수 있는 서로의 노력이 필요치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도 이따금씩은 외로움을 탑니다. 계절탓인가
요? 하지만 역시 동창이란 그리움의 동의어가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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