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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사회로 본 고대사… 역사 연구의 새 지평 열어
학술 연구 부문 - 최광식 고려대 명예교수
민세(民世) 안재홍(安在鴻·1891~1965·사진) 선생의 민족 통합 정신을 기리는 ‘민세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강지원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장)는 지난달까지 시민 사회 단체, 학술 단체, 지자체, 대학 등을 대상으로 민세상 후보자를 추천받았다.
민세상 심사위원회는 강지원 위원장과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이상 사회 통합 부문),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 이진한 고려대 교수, 김기철 조선일보 학술전문기자(이상 학술 연구 부문)로 구성됐다. 심사위원회는 사회 통합 부문에 이윤기 해외한민족연구소 고문과 윤기 공생복지재단 회장을, 학술 연구 부문에 최광식 고려대 명예교수를 수상자로 결정했다.
“민세상이라니, 너무나 뜻밖이고 과분한 일”이라고 최광식(70) 고려대 명예교수가 말했다. 하지만 제14회 민세상 학술연구 부문 수상자로 결정된 최 교수는 민세 안재홍으로부터 손진태를 거쳐 후대 학자들로 이어진 신민족주의 고대사 연구의 계승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민세에 대해 “한반도를 넘어서 세계와 소통할 수 있는 열린 역사 연구를 시작한 분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던 그는 1972년 10월 유신 선포 직후 이어진 휴교 사태 때 ‘역사학을 공부해야 세상을 더 잘 파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이후 고려대 사학과에 편입했다. 그도 민세처럼 ‘한국적인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빠졌다. “주변 여러 나라와 길항(拮抗) 관계를 이루고 충돌하면서도,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는 다양성과 융통성의 나라”라는 결론을 얻었다. “마치 조각보처럼, 무질서한 듯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한국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픽션이지만 그 속에서 사회상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신화를 연구했고, 거기에 유·불·선의 융합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삼국유사’ 역주본과 ‘한국 고대의 토착신앙과 불교’ 등의 연구서를 내며 한국 고대사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는 2004년 출범한 고구려연구재단(현 동북아역사재단)의 상임이사를 맡아 고구려 역사를 강탈하려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섰다. 북한 학자들에게 “왜 당신들은 가만있는 것이냐”고 설득해 남북 공조를 이뤄냈고, 그 결과 중국은 중앙정부 차원의 왜곡에서 한발 물러섰다.
민세와 맺은 직접적인 인연도 있었다. 고려대 박물관장 시절 기증받은 민세의 유고를 정리, ‘안재홍 선집’ 6~8권 출간에 기여했고, 안재홍 민정장관 공문서의 국가기록물 지정과 민세 사상 학술 대회 개최 등에도 힘썼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중앙박물관장, 문화재청장, 문체부 장관 등 공직에 있으면서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썼다. 민세의 ‘열린 민족주의’를 현실화하는 데 기여한 것이다. 그는 “퇴직 후 한국사 속의 ‘바다’와 해양실크로드에 대해 연구하는 중”이라고 했다.
[심사평]
최광식 고려대 명예교수는 ‘고대 한국의 국가와 제사’ ‘삼국유사의 세계’ 등의 저서를 저술해 한국 고대사 연구의 지평을 크게 넓혔다. 고구려연구재단 상임이사 활동 등을 통해 중국의 동북공정을 막는 데 기여했다. 고려대 박물관장 시절 ‘안재홍 선집’ 출간 등을 통해 안재홍 선생 재조명에도 힘썼다.
심사위원 신용하·이진한·김기철